(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배드민턴 여제' 안세영(삼성생명·세계 1위)이 2026년 60승 1패라는 괴력을 발휘하며 덴마크 오픈 결승에 올라 시즌 9번째 개인전 우승을 바라보게 됐다.
시즌 최고 승률과 최다 우승을 동시에 겨냥하는 안세영의 질주가 그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이 되자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영어 중계진이 다소 볼멘소리를 했다. 여자단식 세계 2위 왕즈이(중국)도 대기록을 눈앞에 뒀는데 안세영의 폭발적인 기록 행진에 가려지고 있다는 뜻이었다.
안세영은 17일(한국시간) 덴마크 오덴세에서 열린 2026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덴마크 오픈 4강전에서 세계 11위 오쿠하라 노조미를 맞아 35분 만에 게임스코어 2-0(21-16 21-8) 승리를 챙겼다.
오쿠하라는 2016 리우 올림픽 이 종목 동메달리스트로, 한때 세계 1위에 오르기도 했던 강자였으나 31살이라는 나이는 숨길 수 없었다.
안세영은 1게임 6-6에서 강력한 수비로 상대의 잦은 범실을 유도하며 11-7로 점수 차를 벌리고 인터벌(중간 휴식)에 돌입했다.
2게임에선 초반부터 실력과 체력 등에서 격차가 뚜렷했다. 단식 세계 1~15위 선수들의 의무 참가 대회 준결승임에도 8점만 내주며 어렵지 않게 결승 티켓을 손에 쥐었다.
안세영은 오쿠하라를 상대로 6전 전승을 기록하게 됐다.
이로써 안세영은 2024년(준우승), 2025년(우승)에 이어 이 대회 3회 연속 결승 진출을 이뤘다. 아울러 2연패에 도전하게 됐다.
안세영은 2021년과 2024년 덴마크 오픈 결승에 올랐으나 야마구치 아카네(일본·세계 3위)와 왕즈이(중국·세계 2위)에게 각각 패하면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왕즈이를 2-0으로 누르면서 처음으로 덴마크 오픈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또한 안세영은 이번 대회에서 단 한 게임도 내주지 않는 퍼펙트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안세영은 8월 인도 뉴델리 세계선수권대회, 9월 중국 마스터즈(슈퍼 1000), 같은 달 아시안게임 등 최근 개인전 3개 대회에서 모두 퍼펙트 우승을 달성했다.
안세영은 19일 오후 8시 40분 세계랭킹 3위 야마구치 아카네(일본)와 결승을 치른다. 2-0으로 이기면 4개 대회 연속 퍼펙트 우승을 일궈낸다.
안세영은 올해 두 개의 대기록에 도전한다.
우선 안세영은 이날 승리로 60승 1패, 승률 98.36%를 찍었다.
안세영은 지난해 승률 94.81%를 기록, 남녀를 통틀어 이 부문 단식 세계기록을 깨뜨린 바 있다. 자신의 세계기록을 1년 만에 경신하기 위해 도전하고 있다.
안세영은 단일 시즌 단식 최다 우승 기록에도 도전한다. 안세영은 지난해 11개 대회 우승을 일궈내 2019년 남자단식 모모타 겐토(일본)의 최다 우승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덴마크 오픈에서 우승하면 올해 개인전 9개 대회 우승을 이루게 되는데, 이번 달 프랑스 오픈(슈퍼 750), 코리아 오픈(슈퍼 500), 일본 마스터즈(슈퍼 500), 12월 BWF 월드투어 파이널스 등 아직 4개 대회가 더 남아 있어 최대 13개 대회 우승도 가능하다.
안세영은 올해 배드민턴 선수로는 사상 최초로 상금 300만 달러를 돌파하는 금자탑을 세우기도 했다.
안세영의 한 경기, 한 경기가 세계 배드민턴의 역사가 되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BWF 영어 중계진은 안세영의 위대함에 놀라면서도 그의 경쟁자들도 뛰어난 실력을 발휘하며 여러 기록을 만들어 내고 있는데 상대적으로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BWF 유명 해설가인 전 영국 국가대표 출신 질리언 클라크가 17일 열린 야마구치-왕즈이 준결승 도중 이런 얘기를 했다.
클라크는 2019년 안세영이 프랑스 오픈에서 17세의 나이로 내로라하는 세계 강자들을 물리치고 우승했을 때 "별이 태어났다"며 배드민턴사에 '역대급 선수'가 등장했음을 알린 코멘트로 유명하다.
그만큼 안세영을 좋아하는 클라크도 다른 선수들의 기록이 '묻힌다'는 평가를 한 셈이다.
클라크는 준결승에서 분투하는 왕즈이를 가리키며 "왕즈이가 이번 준결승에서 승리해 내일 결승에 진출하면 BWF 월드투어 통산 최상위 세 등급인 슈퍼 1000, 슈퍼 750, 슈퍼 500 대회에서 각각 최소 7차례 결승에 진출하는 기록을 쓴다"고 그의 업적을 거론했다.
그러면서도 "그런데 왕즈이와 같은 시기에 이미 위대한 선수라고 불릴 만한 선수가 활약하고 있으니 바로 안세영이다. 안세영이 워낙 대단한 선수이기 때문에 왕즈이가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성과를 거뒀는지가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고 평가했다.
물론 왕즈이는 이날 야마구치에게 패해 결승행에 실패했으나 같은 슈퍼 750 등급인 프랑스 오픈을 통해 다시 한번 좋은 기록에 도전할 수 있다.
하지만 달성하더라도 워낙 압도적인 시즌을 보내는 안세영의 기록에 가려질 것이란 뜻이었다.
거꾸로 해석하면 그만큼 안세영의 기량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대단하다는 의미도 된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 연합뉴스 / BWF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