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이강인을 영입하기 위한 움직임은 이적시장 끝까지 존재했다.
이탈리아 클래식 명문 AC밀란이 지난 여름 이적시장에서 한국 국가대표 미드필더 이강인 영입을 막판까지 추진했지만, 결국 무산됐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파리 생제르맹(PSG)이 선수단 개편 과정에서도 끝내 이강인만큼은 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강인은 이미 프리미어리그와 세리에A 구단들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고 있었지만, PSG가 이를 완강히 버티는 단호한 태도를 보이며 협상을 전면 차단했다.
이탈리아 이적 전문 매체 '칼치오메르카토'는 최근 "AC밀란은 이번 여름 이적시장 막바지에 PSG의 이강인 영입을 심각하게 검토했다"면서 "밀란은 PSG 이강인의 상황을 예의주시했다. 이강인은 PSG에서 활약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이적 가능성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매체는 "AC밀란은 멈추지 않고 이적시장에서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감독의 선수단을 보강할 방법을 계속 모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강인이 AC밀란과 사인했더라면 2000년 페루지아에 입단했던 안정환, 2017년 이승은(베로나), 2022년 김민재(나폴리)에 이어 세리에A에서 뛰는 한국인 4호가 되는 셈이었다.
매체에 따르면 밀란은 이강인을 팀 전술 체계에 완벽히 맞아떨어질 수 있는 자원으로 판단했고, 단순한 보강 차원을 넘어 핵심 카드로 바라봤다.
밀란이 이강인에 주목한 이유는 명확했다. 바로 전술적 유연성이다.
매체는 "이강인은 하파엘 레앙과 크리스천 풀리식을 대체할 수 있는 유망주로 평가됐다. 4-2-3-1 포메이션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기용할 수 있으며, 알레그리 감독의 와일드카드가 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적은 성사되지 않았다. 보도에 따르면 엔리케 PSG 감독은 이강인을 내놓으려 하지 않았고, 이는 선수의 의지와는 별개로 구단의 결정이 더 크게 작용했다.
매체는 "이적시장 막바지 이적 가능성이 감지됐으나 루이스 엔리케 PSG 감독은 그를 내놓으려 하지 않았다"면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겠지만 이런 경우 이강인의 의지가 성패를 좌우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AC밀란이 이강인의 향한 관심이 단순히 '옵션 차원'이 아니었음을 감안한다면, 이번 이적 실패는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밀란은 2선에서 레앙과 풀리식이라는 확실한 주전 자원을 보유하고 있지만, 두 선수 모두 부상 경력이 있고 혹은 체력 안배가 필요했다.
세리에A뿐 아니라 UEFA 대항전까지 병행해야 하는 밀란으로서는 공격 2선에서 신뢰할 수 있는 백업이 절실했다. 이강인은 그 공백을 메울 최적의 카드로 꼽혔다.
특히 레앙이 결장할 경우 밀란의 공격 패턴은 단조로워지는 경향이 있었다. 풀리식 역시 기복 있는 경기력을 보였기에, 안정적으로 중앙과 측면을 동시에 커버할 수 있는 자원이 필요했다.
이강인은 이러한 전술적 요구에 부합했고, 세리에A 특유의 전술 환경 속에서도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한 자원이다.
이강인 영입에 관심을 보인 것은 밀란만이 아니었다. 프리미어리그 노팅엄 포레스트, 세리에A 나폴리 역시 구체적인 제안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유력지 '레퀴프'의 최상위 공신력 보유 기자 로익 탄지는 지난달 "노팅엄 포레스트는 PSG에 이강인 영입 제안을 보냈다. 옵션을 포함해 최대 6000만 유로(약 976억원)까지 올라갈 수 있는 조건이었다”고 보도했다.
그는 이어 "이강인은 PSG에서 활약에 만족하지 못했고, 출전 시간을 늘리고 싶어 했다. 그러나 PSG는 확고한 입장을 유지하며 이적을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이탈리아 이적시장 전문가 니콜로 스키라도 "노팅엄은 3000만 유로(약 487억원)+보너스+10% 셀온 조항을 포함한 조건을 제시하며 5년 계약을 추진했다. 그러나 PSG는 논의조차 원치 않았다"고 전했다.
이처럼 PSG구단이 선수의 이적을 차단하는 이강인이 처한 현실은 모순적이다.
PSG는 올여름 다수의 로테이션급 선수들을 정리했다. 헤나투 산체스가 파나티아코스로 임대됐고, 밀란 슈크리니아르는 페네르바체로 완전 이적했다. 노르디 무키엘레 역시 선덜랜드로 떠났으며, 아르나우 테나스는 비야레알로 옮겼다.
주전 골키퍼였던 잔루이지 돈나룸마마저 맨체스터 시티로 이적했고, 랑달 콜로 무아니는 임대 신분으로 토트넘 유니폼을 입었다. 구단 내 입지가 떨어진 마르코 아센시오도 튀르키예 페네르바체로 떠나며 선수단이 대대적으로 재편됐다.
그러나 이강인만큼은 PSG가 내주지 않았다.
프랑스 매체 '르10스포르트'는 그 배경을 PSG의 시즌 운영 전략에서 찾았다. 매체는 "엔리케 감독은 일부 재능 있는 선수들의 이적을 원치 않았다. 긴 시즌을 앞두고 부상자가 속출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로테이션을 가동하기 위해 이강인 같은 다재다능한 자원을 반드시 보유하고자 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강인이 노팅엄 포레스트로부터 3000만 유로 제안을 받았지만, PSG는 이 제안 또한 부족하다고 판단했고, 거부한 것이 바로 대표적 사례"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프랑스 매체 'PF' 역시 "캄포스 단장은 포지션 중복을 줄이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여러 선수를 방출했다. 하지만 이강인만큼은 팔지 않겠다는 구단의 의지가 강했다"면서 이강인을 핵심 로테이션 자원으로 분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강인 개인의 입지 문제는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올여름 이적시장 동안 이강인과 비슷한 위치에 있던 동료들은 손쉽게 팀을 떠났지만, 정작 출전 시간이 제한적인 이강인은 PSG에 남게 된 것이다.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을 1년도 남기지 않은 현 시점, 출전시간을 확보하지 못하는 PSG에 최소 반 시즌을 보내야 하는 점은 선수 개인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만약 이강인이 출전 시간을 늘리고 싶어한다면, 이제 남은 방법은 유일하다. 선수 본인이 남은 시즌 동안 주전 자리를 꿰차기 위해 노력하는 수 밖에 없다.
사진=연합뉴스
윤준석 기자 redrup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