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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내요, 미스터 리' 이계벽 감독의 바람 "따뜻하게 바라봐주셨으면" [엑's 인터뷰]

기사입력 2019.09.17 07:30 / 기사수정 2019.09.17 11:19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2016년 10월, 극장가에 깜짝 흥행을 이끌었던 영화 '럭키'로 관객들에게 웃음을 안겼던 이계벽 감독이 3년의 시간이 흘러 '힘을 내요, 미스터 리'로 다시 돌아왔다.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하루아침에 샛별(엄채영 분)이라는 딸벼락을 맞은 철수(차승원)가 자신의 미스터리한 정체를 찾아가면서 벌어지는 반전 코미디. 지난 해 6월 23일 촬영을 시작해 9월 22일 크랭크업 후 1년 만인 지난 11일, 추석을 앞두고 개봉했다.

특히 영화는 주인공 철수의 과거를 통해 2003년 2월 18일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만들었던 대구 지하철 화재 사건을 담아내며 먹먹함을 안긴다.

개봉 전 열렸던 일반시사회 등을 통해 후반부 반전에 대한 관객들의 평을 먼저 들었던 이계벽 감독은 "울다가, 또 웃다 갔다는 얘기가 많으시더라고요. 또 잊고 지냈었던 것들이 미안하다는 얘기도 많이 있었고요. 많은 분들이 감동적으로 봤다고 얘기해주셔서 한편으로는 다행인 것 같아요. 이렇게까지 많이 우실 줄은 몰랐죠. 이야기적으로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는 결말과, 그런 장면들이라고 생각했었지 눈물을 의도하려고 했던 장면은 없었거든요"라고 조심스레 이야기를 시작했다.

코미디 장르를 만드는 감독들에게 '꿈'이라 불린다는 배우 차승원과 만나게 된 이계벽 감독은 "차승원 씨와 많은 얘기를 나눴었죠. 코미디로 한국영화에 한 획을 그은 배우잖아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눈물을 의도한 장면은 없었고, 샛별이를 보면서 철수가 '내가 바보여서 그러냐'고 얘기하는 그 장면 하나는 조금 반응이 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것보다도 너무나 큰 반응을 주셔서 놀라고 있죠"라고 말을 이었다.


"그런 부분은 100% 차승원 씨가 다 한 것이에요"라고 배우에게 공을 돌린 이계벽 감독은 "촬영 전 조심스럽게 '어떤 장면이다'라는 말은 했었죠. 그런데 정말 감동을 줄 수 있게, 그렇게 연기하신 것 같아요. 시나리오 상에서는 대사만 있지만, 감정이 올라오는 그런 느낌들은 현장에서 연기하시면서 만들어내신 것 같았고요. 정말, 보면서 깜짝 놀랐어요"라고 전했다.

영화 속에서 샛별의 외할머니 희자(김혜옥 분)이 샛별에게 철수를 소개하며 "네 아빠다"라고 자각시켜 주는 장면은 사건의 중심이 되는 부분이자, 그 뒤로 이어질 샛별과 철수의 교감의 시작을 위한 중요한 장면이다.

이계벽 감독은 "이야기가 너무 심각하게 벌어지면 안 된다는 생각이었어요. 사실 어떻게 보면, 말도 안 되는 상황이잖아요. 의도적으로 희자가 철수를 그 곳에 데려왔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 상황이 사람들에게 집중적으로 보여지는 모습이 심각하게 여겨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었어요. 그래서 그 때 느낀 것이, 병원에서 항상 보면 사람들이 드라마 보는 것이 낙이거든요. 그렇게 운명처럼 왔다는 것을 빗대서 표현하고 싶었죠"라고 설명했다.

스크린 속 가득 차서 전해지는 철수와 샛별의 얼굴을 통해 감정을 표현했다. "이 영화는 더 그랬어야 한다고 생각했죠"라고 전한 이계벽 감독은 "사건을 대하는 표정같은 것들이 더 중요하게 여겨졌으면 하는 게 있었거든요. 그래서 될 수 있으면 표정을 잘 보이게끔 하려고 노력했죠. 클로즈업도 다른 영화에 비해 많이 사용했던 것 같아요. 샛별과 철수 이야기를 할 때는 의도적으로 좀 더 많이 했던 것 같고요"라고 말을 이었다.

차승원의 조언도 영화의 흐름을 좀 더 매끄럽게 이어갈 수 있는데 힘이 됐다.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하루사이에 벌어지는 이야기인데, 그 하루 안에 이들이 어떻게 딸·아들이 되고 그럴 수 있겠냐고요. 그건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어요. 그 전에도 조금씩 교감은 하지만, 철수와 샛별이 진짜로 완벽하게 교감하는 지점은 철수가 무균실에 들어가 있는 샛별이를 처음 봤을 때거든요. 그 부분이 사실은 굉장히 뒤에 있죠. 철수가 진짜 아빠가 되는 지점이기도 하고요. 내가 아무것도 못해주는 어떤 좌절감 같은 것, 그것과 맞닥뜨려서 어떻게 잘 표현할 수 있을지 많이 생각했었어요."


영화의 주된 촬영지였던 대구에서의 시간들을 떠올린 이계벽 감독은 대구 지하철 화재 사건 당시 전해졌던 수많은 문자 메시지들을 스크린으로 전한 것에 대해서도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대구 소방서에서 도움을 정말 많이 주셨어요. 힘든 촬영인데도 불구하고 도움을 많이 받았죠. 애초에 영화를 찍을 때부터 대구라는 곳에서 명확하게, 꼭 찍어야 된다는 것이 있던 것이잖아요. 문자 메시지 장면도, 그렇게 많이 우실 줄은 몰랐죠. 철수 개인의 사건으로만 끝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많은 비극이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그 장면을 넣었던 것인데 그렇게 슬퍼하실 줄은 몰랐어요. 제게는 그런 의도였는데, 이렇게 또 항상 느끼지만 관객 분들이 스스로 어떤 정서를 찾아내신다는 그런 생각을 하게 됐죠."

"비극 자체가 가지고 있는 무게감도 무게감이지만, 그 분들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를 따뜻하게 봐주셨으면 하는 마음이다"라고 조심스럽게 말을 더한 이계벽 감독은 앞으로도 건강한 웃음을 담은 작품들로 관객들과 소통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 영화는 코미디 장르이고, 웃음도 포진돼 있죠. 그 모든 것들이 어떻게 보면, 관객들에게는 '이렇게 따뜻하게 살면 철수도 누구도 행복할 것이다'라는 그런 메시지를 보여주는 것이거든요. 마지막에 자세히 보시면, 그들이 꽃길을 걸어요. 초반에 그런 사고를 겪지만 잘 살고 있는 모습이 결론처럼 나와 있는 것이어서, '전체적인 이야기가 따뜻하구나'라고 봐주시면 어떨까 해요.

대구 지하철 사건과 관련돼 있는 분들에게 보내는 저의 희망 같은 메시지라고 해야 할까요. 그 분들을 도와드리고 같이 공감하고 싶지만 사실은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몰라서 우리가 있는 것이라는 것을 잘 전달해보고 싶은 마음이었거든요. 그런 메시지가 담겨져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NEW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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